가스 부국 카타르를 이끌며 ‘현대 카타르의 설계자’로 평가받는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 전 군주가 현지 시각 11일 74세로 서거했다.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1995년 부친에게서 무혈 쿠데타로 권력을 이어받은 후, 북부 해역 천연가스 개발을 통해 카타르를 세계 3위 LNG 수출국이자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으로 성장시켰다. 한국 역시 지난해 총 LNG 수입량의 14.9%를 카타르에서 조달할 만큼, 동북아 에너지 강국들에게 카타르 가스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셰이크 하마드 전 군주는 수단 다르푸르 분쟁 및 레바논 헤즈볼라 위기 등 중동 내 분쟁에서 중재 역할을 수행하며 카타르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2012년에는 아랍 국가 정상 최초로 가자지구를 방문하는 행보를 보였다.
문화·미디어와 투자 분야에서도 굵직한 업적을 남겼는데, 1996년 중동 최초의 독립 언론인 알자지라 위성 뉴스 네트워크를 설립했다. 또한, 카타르투자청(QIA)을 통해 영국 해로즈 백화점을 인수하고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 지분을 매입하는 등 적극적인 해외 투자를 주도했다. 아울러 중동 최초의 2022 월드컵 유치 성공도 그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그는 2013년 아들 셰이크 타밈 현 군주에게 평화롭게 왕위를 이양하며 중동 왕정 국가에서 보기 드문 선례를 남겼다.
